한 잔 술을 마시는 가운데 비가 왔습니다.
문득 그대 생각이 나서 고개를 수그려 보니
내 가슴에, 내 가슴에 그대가 박혀 있었습니다.
숨이 멎을 것만 같은 그리움이
그리움이 나를 뭉게고 있었지만
눈물을 감추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.
술을 마시면서 입술을 깨문다는 것,
깨물어서 피멍이 들었다는 것,
그 그리움을 창밖에 내리는 비도 모르고,
사실은 나도 모릅니다.
아무도 모르는데 그대인들 알겠습니까.
그대가 보고 싶은 가운데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습니다.
이 비가 나를 파고 들면
나는 도망갈 곳도 없이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
그대가 보고 싶어 내 일기장이 뭉게지고
내 추억이 흐트러져 갈 곳을 잃습니다
빗물 뒤에 숨어서
나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을 그대,
참 고운 꽃비입니다.
- 李根大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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